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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 자전거 이야기

저질 체력 성범이의 지리산 종주기

도림천 버섯돌이 2010. 5. 12. 23:20
2010년 5월 8일 ~ 10일(토,일,월). 7일(금) 밤 출발.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역사의 현장에서'
지리산국립공원에 동서로 길게 펼쳐져 있는 종주능선(25.5km)은 천왕봉(1,915m), 반야봉(1,732m), 노고단(1,507m)의 삼대 주봉을 연결하는 지리산의 대표적인 탐방로입니다. 지리산의 종주능선에서는 삼대에 걸쳐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천왕일출, 반야낙조, 노고운해 등 아름다운 경관자원을 비롯해 희귀한 야생 동,식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 천왕봉 꼭대기 안내문 발췌 -


언젠가부터 항상 갈망하던 지리산 종주를 드디어 실행하게 되었습니다.

기차표는 한달전에 예매해 두었으며 대피소도 2주전에 예약을 마쳤습니다. 5월 8일이 어버이 날이라 그런지 혹은 남들이 안가는 월요일까지 포함해서인지 나름 여유 있게 예약이 되었네요.

그동안 적어봤던 준비물 리스트를 간단히 보니. 아래 적은 것은 다 가져갔네요. 짐되는거 빼고..

* 생존에 필요한 필수 준비물 : 등산화, 등산복(상,하의), 쟈켓, 배낭, 물통(1리터 이상), 우의(간의), 렌턴(헤드), 여분의 양말, 개인용수저, 스뎅컵 - 이 항목중 없는것이 있으면 사는 것을 강력히 권장

* 공동으로 준비할 준비물 : 코펠중자(2개)+뚜껑후라이팬, 작은 그릇, 가스버너(2개)+가스 . 3일치 식량과 다량의 소주- 마트에서 구입. 기타 에너지원 초코바.

* 기타 있으면 좋은 준비물 : 모자, 썬글라스, 썬크림, 스틱, 장갑, 여분의 옷가지, 진통제(알약, 스프레이), 압박붕대, 휴지, 물티슈. + GPS

* 가져오면 분명히 짐되는 것 :  책, PSP, NDSL 등 휴대전화를 제외한 각종  휴대용 전자기기. 카메라는 상의해서 준비할 것. - 그러나 덕중과장님 필카와 삼각대, 책도 가져옴. 


* 상세 산행 스케쥴 : 코스간 걸리는 시간 - 원래 계획

               아침     점심       1박        간식     점심     2박
성삼재 - 노고단 - 뱀사골 - 연하천 - 벽소령 - 세석 - 장터목 - 천왕봉 - 장터목 – 백무동
         1:30      4:30      2:40        2:30      4:00     2:00        1:20     1:00       3:00

여기 나온 시간에서 1시간씩 더 간듯 합니다. 남들보다 좀 천천히 가기는 했지만 이 코스대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중간에 뱀사골 대신 반야봉에 들려서 점심을 먹은 것이 추가되었네요.

그리고 뱀사골대피소는 없어졌다고 하네요. 이튿날 점심은 세석 지나서 그냥 초코바 2개로 해결..

지리산 종주 구간 GPS 지도. 아쉽게도 천왕봉 마지막 부분과 백무동 하산부분은 찍히지 않았습니다. (메모리풀인 것으로 추측). 하지만 대부분의 구간은 잘 찍혔네요.

7일 밤 10시 50분 기차라서 용산역에서 미리 만나서 필요한 식품을 구입하고 가방에 나눠담고. 기차타면 자야하니까 소주도 미리 한잔 마시고.

드디어 용산역..

밤기차는 떠나갑니다. 구례구를 항하여.

새벽 3시 40분쯤 구례구역에 도착했습니다. 

지리산마트에서 물 한병하고 덕중과장 필름을 몇통 샀는데...그만 기다리던 버스가 가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성삼재까지 택시 탔다는..

성삼재에 도착하니 하늘에 별이 가득합니다. 이날 본 별이 마지막일 줄 알았다면 좀 더 많이 봐둘 것을..
그렇게 예정보다 빨리 첫날 등반이 시작되었습니다.

새벽 5시 20분에 벌써 노고단에 도착했습니다.  

별로 할 일도 없으니 일단 아침을 먹고. 보기엔 좀 너저분해 보이지만 제대로 먹은 마지막 식사.

변이사님과 덕중과장. 출발을 축하하며 커피한잔씩.

저역시 여유롭게 커피한잔. 무사히 끝낼 수 있을까.

노고단 정상은 막아놔서 그냥 건너뛰기로 하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지리산 종주가 시작입니다. 천왕봉까지 25.5km.. 앞으로 2박 3일.

지리산에서 가장 많이 보게 되는 풍경. 산죽이라나..

처음엔 보기만 해도 멋있고 좋은 산.

후진 카메라로는 도저히 담아낼 수 없는 풍경들을 옆으로 하고.

불행의 시작. 반야봉 정상. 대체 누가 지리산 종주 코스에 반야봉을 들리라고 한건지.

반야봉정상까지 가면서 힘을 모두 쏟아버려서. 저희는 위에서 한잠 때립니다.

그럼에도 이후 연하천까지의 산행은 다 떨어진 에너지로 겨우겨우 한걸음씩 전진.

물론 중간에 만난 삼도봉. 어디서 들은것은 있어서 필히 똥꼬샷을 찍어오는 정성을.

개인적으로는 가스 다 떨어진 리파이너리에서 가스 파는 심정으로 힘을 쥐어짜서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했습니다.
연하천 바로 직전까지도 대피소가 안보여서 나름 걱정이 되었다는.

연하천은 다른 대피소보다는 많이 작지만 물이 가깝고 수량이 풍부해서 지나는 이들이 많이 쉬어갑니다. 보통 여기서 점심들 먹는다는데, 저는 오후 5시에 도착했습니다. 

고생은 뒤로 하고. 가져간 목살과 함께 저녁을.

이 좋은 순간에 소주가 빠질 수 있나.

이튿날 남들은 새벽 일찍 일어나 갔는데 저희만 느즈막히 일어나 산행을 시작합니다. 8시쯤 출발.

이튿날부터 산들이 지겨워지기 시작합니다. 가도 가도 봐도 봐도 산입니다.

비교적 수월하게 벽소령에 도착했습니다. 늦은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 거의 없네요.

물뜨러 가는길에.. 대피소에서 약 100m 쯤 내려가야 물이 있습니다.

어제보다는 좀 나은 듯 해서..다들 즐거운 표정.

그리고는 또 산, 산, 산...

중간에 선비샘이라는 샘이 있네요. 정말 시원합니다 살아생전 존경을 못 받던 할아버지를 샘위에 묻었다는.
즉, 무덤아래 물인가. -_-;


중간 중간 쉬어가며. 여전히 산.


가끔은 신기한 바위도. 멋진 나무도. 출현해 주고.

드디어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세석에 도착했습니다. 오후 3시쯤.
세석은 지난번 천왕봉 1박 2일 도전시에 잠시 들렸기 때문에 더욱 반가워 보입니다.

멋진 라면샷을 기대했으나 각도가 좋지 않음.

세석을 뒤로하고 이튿날 마지막 목표인 장터목으로 향합니다. 좋은 소식은 여기서부터는 지난번에 이미 한번 가본 길이라는 것.

지리산 종주중 가장 마음에 드는 풍경. 연하봉인가 보다. 괜히 제주도 필 나고 그럽니다.

이건 뒤돌아서서.

드디어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했습니다. 이때가 6시 30분.
저말고 다른 일행은 당연히 먼저 도착해서 자리 배정받고 어김없이 배고파 하며 저를 기다립니다.(사실은 코펠과 버너)

여기까지 왔으면 종주를 거의 끝냈다고 봐야하나. 힘은 없지만 즐거운 표정(?)

사람으로 바글거리는 장터목을 생각했는데 일요일이라 그런지 정말로 한산합니다.

이틀째 햇반과 라면으로 끼니를 때웁니다. 이날 산 참치는 고기때문에 안 먹은듯.

첫날 술을 거의 마려버려서 딱 한병 남았습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진공 포장을 해서 가져간 목살. 자랑하며 먹으려 했는데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패스~

마지막 삼일째. 해뜨는 시간은 새벽 5시 30분입니다. 새벽 3시에 일어나서 날씨를 보니 구름 가득입니다.
그냥 누워서 좀더 잡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5시 30분에 밖으로 나와서 해를 기다려봅니다.
역시나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일출을 찍겠다는 일념으로 필카와 삼각대를 가져온 덕중과장님.

이왕 일어난거 아침일찍(?) 천왕봉을 향해 갑니다. 그런데 이젠 비까지 떨어집니다. 남들따라 걍 새벽에 갈껄 후회해도 늦었고.

지난번 새벽에 갈때는 놓쳤던 통천문.

드디어 천왕봉 꼭대기 도착. 역시나 바람은 짱. 옆 카메라 쳐다보는데 찍어 버린 아저씨.

보온병에 가져간 물로 따뜻한 커피 한잔씩.

다시 장터목으로 돌아와 배낭을 매고 하산길에 오릅니다. 백무동 방행인데 이 사진 하나로 설명 끝.
정말 끝날때까지 이런 돌길 계속. 최악의 하산길. 중간에 참샘이라는 샘이 하나 있습니다.

드디어 3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하산했습니다. 장하다 성범.

3일동안 내 발이 되어준 스틱과 체중을 버텨준 무릎보호대. 사실 이것 없었으면 종주 불가였습니다.

첫날 반야봉 갔다오면서 탈진해버려서 나머지 산행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연하천 가는길에는 해떨어지기 전에 갈 수 있을까 하며 불안해 하기도 하고, 물이 부족해서 염치 불구하고 지나는 이의 물을 얻어 먹기도 했습니다. - 물 주신 어르신께 다시한번 감사 -

이튿날은 머리속이 하얘져서 아무 생각도 없이 걸은 듯 하군요. 마지막날 백무동은 정말 오~노.

쏟아지는 별들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고 지나온 첫날도 많이 아쉽습니다. 밤에 연하천에서 편히 쉬면서 감상하려 했었는데 구름만 잔뜩.

저질 체력으로 종주하느라 고생도 고생이지만 함께가신 분들 저 기다리느라(코펠, 버너) 고생 많으셨습니다. 3일동안 대피소에서 파는 햇반과 라면으로 때우면서도 힘들어 죽겠어서 배낭을 버리고 싶은 때에도 술과 고기는 절대 포기 못하는 것이 진리.

지리산은 역시나 함부로 도전하기엔 무리가 있는 듯 합니다. 반드시 체력 조절하시고 미리미리 준비 많이 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저처럼 체중이 있으신 분들은 무릎에 무리가 많이 오기 때문에 무릎보호대나 스틱을 꼭 준비해야 합니다.

하지만 남들보다 조금 천천히 가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거.

가스는 동그란거 2통 사갔는데 약간 모자라서 1통 더 샀습니다. 3천원미만. 햇반은 3천원, 라면은 1천원. 초코바 1천원.


구간별 모든 사진을 보시려면 플리커에서..

http://www.flickr.com/photos/multitab/sets/72157623922370515/

보너스. 재작년 가을에 갔던 1박 2일 천왕봉코스.
http://www.flickr.com/photos/multitab/sets/72157623979195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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